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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강철벼룩의 서재

에릭 싱크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by 강철 벼룩 2012. 7. 19.

 

요즘의 "Start Up", 즉 창업 열풍은 전세계적인 실업률 증가와 저성장 경제에 따른 젊은층의 상실감을 덜어주고, 스스로를 고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관이 주도하고 공공기관에서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어찌보면 기업에서 청년들의 고용을 늘리지 않으니, 사회적 불안 요소를 벤처 창업으로 누그러뜨려 보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10여전 전에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과 국가적 차원의 창업 지원 정책을 타고 수많은 벤처가 일어났다가 사그라 들었던 사례를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지금은 그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그때도 백마를 탄 선각자들이 곳곳에서 일어나 개발자가 대우받는 세상이 올것이라 설파했고, 모든 언론과 정보, 공공 기관, 심지어 기업들도 IT 신세계가 도래했는데,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리하여 수많은 웹마스터를 찍어내며 모두가 공멸의 길로 들어섰던것이다. 그 이후 IT는 3D라는 업종으로 분류되고, 많은 사람이 업계를 떠났다.

 

지금은 다시 그때의 붐을 일으키고 싶은것일까? 사람과 기술에 대한 관점의 변화 없이...
얼마전에 우리 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창의성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나온다고 했다.
왜 한국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많이 본다. 이는 두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과연 스티브 잡스가 좋은 모델일까? 그의 행적과 언행과 국제사회에 끼친 영향력, 그의 사상과 사람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사회 시스템이 다른 두 나라를 결과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아시아적 문화, 좁게는 수천년 내려온 한국인의 의식 구조와 전승된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왜 스티브 잡스가 없을까? 라고 질문하기 보다, 현재 우리의 시스템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 모델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고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꽤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2007년에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요즘의 스타트업 열풍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책의 뒷 표지에 나오듯이 "쟁이가 쟁이를 위해 쓴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의 소프트웨어 제품의 마케팅이나 판매에 관한 사례는 책이 쓰여질 당시와 지금의 앱 스토어 또는 앱 마켓 구조하에서의 마케팅과 판매 방식에서의 차이 정도는 있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개발자가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꿈꾸는" 내러티브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이 나올 당시에는 다소 새로웠던 ISV(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사)라는 용어는 이제는 제법 일반화된 용어가 된듯하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싱크는 그 자신이 프로그래머였고, 프로그래머를 위한 기업을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까 철저히 고뇌했던것 같다. 투자의 대부인 워렌 버핏이 최선의 투자는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에릭도 그가 원하는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키는데, 어떻게 하면 계속 존재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전에 비해 지금은 창업에 대해 제도적으로 많은 뒷받침이 있고, 정부에서 나서서 창업에 대한 교육과 세제 지원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실전에 들어서면 창업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로 부딪히고 깨어지면서 많은 시행 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창업을 하고나면 끝이 아니라 그 때부터 발생하는 수 많은 이니셔티브를 고민해야 한다.

 

국내 벤처 창업 성공 모델은 왜곡된 사실이 많은 것 같다. 즉 출발점이 다른 성공 사례가 일반화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좋은 모본을 보여준 사례가 더 많이 회자되어 동기 부여되고 미래의 꿈에 열정을 불사를 수 있기를 기대 해본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분투기이지만, 에릭이 회사를 세우고, 겪었던 많은 사례가 이 책에 녹아 있다. 간접적인 경험으로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